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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싯 인터뷰 : 5년간의 하이퍼리즘을 떠나며
퇴사자가 전하는 생생한 스토리 (*컨펌 필요)
자 다들 수고하셨고 한잔 합시다 - 22년 하이퍼리즘 루프탑 파티
저는 2020년 9월 21일에 하이퍼리즘에 합류해 2025년 8월 8일에 퇴사합니다. 스물여덟, 5년간 20대의 절반을 보낸 회사를 떠나며 현재 제 마음속에는 아쉬움과 후련함, 휴식에 대한 설렘, 새로운 도전의 두근두근함이 한번에 공존하는 상태입니다.
퇴사 소식을 알리며 고맙게도 많은 분이 아쉽다는 메시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그 반응 덕에 지난 5년의 경험과 고민을 꼭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이 글이 하이퍼리즘에는 하나의 기록으로, 읽는 분에게는 하이퍼리즘의 안내서로, 저 자신에게는 다음 도약의 이정표가 되어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내 퇴사 공지(2개)가 뜬 직후 개인톡으로 온 극찬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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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 글은 지난 5년간 하이퍼리즘에서 얻은 배움과 다음 도전을 기록한 공개 회고입니다.
2020년 입사할때 저는 암호화폐와 트레이딩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던 신입 개발자였습니다. 그 무렵 회사는 학력, 수상 실적을 중시해 우수 인재를 채용하고 있었고, 저 역시 그 흐름에 합류했습니다.
그 사이 하이퍼리즘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크립토 헤지펀드로 성장했고, 인원, 문화, 시장 환경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변하지 않은 것은 하이퍼리즘의 본질이었습니다. 결국 하이퍼리즘은 돈을 버는 회사이고, 쉬지 않고 돌아가는 24/7의 크립토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긴밀한 움직임, 책임감과 꼼꼼함, 비판적 사고가 기본이라는 점입니다. 저도 그 환경을 즐기며 일해 왔습니다. 만약 이러한 다이나믹함을 즐긴다면, 당신 역시 하이퍼리즘에 잘 맞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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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떠나는지
5년 전, 제가 입사하던 2020년 9월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10.9k(USD), 동료는 저를 포함해서 9명, 제 사번은 23번이었습니다. 25년 8월 현재 비트코인은 118k(~10x), 팀 규모는 50명이 넘어섰고, 그 과정에서 백명이 넘는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느낀 뿌듯함과 겪은 경험들은 하이퍼리즘 인생에서 얻은 제일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 가격과 하이퍼리즘 재직인원수 추이
비트코인을 사서 가만히 있었어도 10배를 벌었겠지만, 아쉽게도 저는 비트코인을 24년부터 사기 시작했습니다
5년동안 정말 다양한 일들을 맡았고, 회사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저에게 하이퍼리즘은 매 순간이 낯선 일과 도전, 새로운 역할의 반복이었습니다. 엔지니어로 입사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고객 대응도 맡아 보고, 마지막에는 피플팀에서 HR 업무도 경험해보고 떠납니다.
항상 떠나는 이유를 생각할 때는, 그럼 지금까지는 왜 떠나지 않았는가? 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매번 새로운 롤, 업무, 책임이 주어졌으며, 그것이 나를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지난 5년동안 조직 개편을 포함해 팀 이동만 7번을 하면서, 새로운 일과 롤을 얻어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회사 방향성에 변화가 생기면서 제 역할이 더 트레이딩 운용쪽에 가까워져, 전략 개발, 관리, 운용 업무에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제 장기적인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계속 트레이딩을 이어갈까 고민했지만, 답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돈보다는 다른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하고 싶었고 - 물론 나중에 후회할 수 있겠지만 - 그러려면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다른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요즘 개발자에게는 AI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고 봅니다. AI가 발전하면서 개발자 역할을 재정의하는 지금이 새로운 도전을 해볼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2년쯤 더 머무른 뒤 떠나는 시나리오도 고민했지만, 더 새롭고 많은 것을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기 위해서라면 아쉽지만 하이퍼리즘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하이퍼리즘에는 여전히 배울 거리와 새로운 경험이 많이 남아 있고, 훌륭한 보상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아니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도전, 많은 것을 놔두고 떠나지만 저는 괜찮… 겠죠?
02
회사에서 배운 것
2-1. 6개월 뒤? 아무도 모른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암호화폐 시장
암호화폐 시장은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고, 하루 6시간 반, 5일 열리는 주식 정규시장에 비하면 5배 이상 빠른 시장입니다. 주식 시장에서의 6개월은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한 달이며, 암호화폐 시장에서 6개월은 주식시장에서 3년입니다.
이런 초고속 타임라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다이나믹한 환경을 가지고 있고, 빠르게 대응하고 선점하지 않으면 모든 기회는 날아가게 됩니다. 결국 매우 빠르고 즉각적인 대응과, 불확실한 단기 예측이라는 두 난이도 속에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빠른 사이클과 즉각적인 피드백
대신 장점도 분명합니다. 매일이 도전이고, 동료들이 미친듯이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합니다. 회식 자리에서 술먹다가 노트북을 켜는 것은 일상입니다. 주변 동료들에게 배울 점이 정말 많고, 짧은 시간에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최신 트렌드를 항상 따라가야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금융과 크립토 지식들의 최신 팔로우업은 빠릅니다. 그런 분위기가 깔려 있어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최신 트렌드를 잘 도입합니다. 국내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AI를 개발에 적용했으며. 개발뿐 아니라 전사적으로 적극적인 AI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트레이딩 회사의 핵심 지표는 수익이며, 이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빠른 사이클과 즉각적인 피드백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빠른 속도와 몰입의 환경이 괜찮다면 잘 맞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돈과 시간, 둘 다 하이퍼리즘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입니다
2-2. 결국 필요한건 일을 잘하는 것
하이퍼리즘의 특수한 백그라운드
모든 회사는 결국 돈을 벌어야 하고, 하이퍼리즘은 그 어느 조직보다 결과가 눈으로 잘 보이는 회사입니다. 전략의 PnL(Profit and Loss)이 즉각적으로 계산되어 하루, 주단위, 월단위 성과가 바로바로 보입니다. 이 수치가 전략의, 팀의, 본인의 성적표가 됩니다.
또, 위에서 말했던 크립토 트레이딩의 빠르다라는 특수성에 더해, 작은 실수도 수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확하고 신속한 협업 문화가 생겼습니다.
1. 커뮤니케이션 원칙
수박 - "Share Updates Before Asked - Casually"
묻기 전에 진행 상황을 팀 채널에 주기적으로 공유해 삽질을 최소화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XY Problem
질문할 때 ‘무엇을 묻는가’뿐 아니라 ‘왜 묻는가’를 설명해 원인을 함께 고민합니다
Don’t Ask to Ask
“질문해도 될까요?” 대신 곧바로 질문해 시간을 아낍니다
이 외에도 정확하고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지켜야 하는 많은 방법론이 있으며, 팀과 상관없이 모두가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피드백도 매우 자유롭게 주고받습니다.
2. 리스크를 낮추고 수익을 높이기 위한 사고법
G4 - 고정 관념을 가지는것을 경계하자
B4 - 비판적 사고를 잘 하자
고정 관념을 가지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보지 못하게하는 제일 큰 장벽이며, 비판적 사고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얼핏 보면 모순적인 두 원칙은 흥미롭게도 구성원별로 다르게 적용됩니다.
트레이더 - B4를 베이스로 G4를 극대화해 알파를 찾습니다
개발자 - G4를 베이스로 B4를 극대화해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위 방법론들은 결국 어떻게 하면 업무를 잘 하는가?의 교과서 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이론들은 사내 위키와 온보딩 메뉴얼에 디테일한 사례를 포함해 적혀있을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이론들을 적용해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런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야 합니다
2-3. 하지만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
회사가 커지면서 필요한 것은 동아리를 넘어 회사로 성장하는 것
하이퍼리즘이 9명에서 50명까지 성장하는 동안, 두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 9명 -> 25명 : 팀 분화가 시작된 시기
2. 25명 -> 50명 : 조직 체계화, 규칙 정착의 시기
9명에서 50명으로 성장하면서 생기는 변화들
내가 기여한 문화들
저는 구성원들이 회사 생활을 더 재미있게, 편하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엄청난 관심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고, 이 경험이 저의 하이퍼리즘 마무리를 피플팀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그 중에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타운홀 미팅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분기 타운홀 미팅과 레크리에이션
하이퍼리즘은 매 분기 말, 해당 분기 결산 행사로 타운홀 미팅과 여러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타운홀 미팅의 효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행사는 구성원이 25명 내외가 되면서, 전사적인 공유의 장이 있으면 하는 바람에 제가 제안했던 내용입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훌륭하게 전사적인 이벤트가 되었고, 좋은 공유의 장이 되어 필수 행사로 자리잡았습니다.
연말 파티 복장으로 발표중인 유석 - 24 4Q 타운홀
03
회사에 아쉬운 점
내 별명은 노조위원장
저는 회사에 대한 불만과 제안을 가감없이 이야기해 왔습니다. 대표님께서도 저를 노조위원장이라 부르셨을 정도입니다. 단순히 불평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퇴사를 앞두고 피플팀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 두 달 동안, 크고 작은 변화를 이끌어 보았습니다.
지금 하이퍼리즘은 격변기라고 생각합니다. 조직 구조가 재편되고, 문화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솔직함과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 회사의 속도는 분명 강점이지만, 동시에 구성원들에게 피로감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구성원들을 더 만족시키고, 시스템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하이퍼리즘의 부족함 때문이 아닙니다. 앞서 밝혔듯, 제 결정은 오롯이 저만의 생각에서 비롯된 새로운 선택입니다. 하이퍼리즘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든, 저에게는 다른 길을 향한 개인적인 갈증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실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회사와 대표님들께서 제 의견을 들어 주시고, 솔직함을 존중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고민하며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같이 노력한 동료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하이퍼리즘이 더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빠르다’는 장점이 ‘지친다’는 단점을 압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사라지지만, 구성원들이 저와 같이 고민했던 흔적들은 남아있을거라 믿습니다
04
앞으로의 계획
인생에서 처음으로 온전히 제 의지로 다음 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팀, 사람, 멘토를 만나면서, 인생에 대해서, 커리어에 대해서, 또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술도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ㅎㅎ. 그 고민 끝에 나온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일을 하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무엇이 필요할까?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내린 결론은 재미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곳 이었습니다. 일이 재미있어야 하고, 좀 더 열정을 쏟고 일할 수 있는게 저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걸 느꼈습니다. 그렇게 일하는 상상을 하니 배시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그때 느꼈습니다. 아, 나는 이렇게 일을 해야하는구나. 이제 옮길 마음의 준비가 됐구나.
감사하게도 “우리 팀으로 오라”는 제안도 있었고, 긴 고민 끝에 두 가지를 선택했습니다. 첫 번째는 엔터테인먼트 전시, 공연 대행사의 기술팀에서 일하는 것입니다. 진짜 재미있는, 눈앞에 보이는 엔지니어링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헤드헌터입니다. 두 선택 모두 색다른 선택이지만, ‘유석님이면 잘 하실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습니다.
8~9월에는 잠시 쉬며 충전할 생각입니다. 다들 휴식도 필요하다 하시더라고요. 여행도 다녀오지 않을까요?
내 의지로 처음 선택하는 미래와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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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5년간 다사다난했고 때때론 힘들었지만, 정말로 행복하고 재미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최근에는 하이퍼리즘이 주는 따뜻함에 많이 안주하고 있었고, 다들 좋은 말씀을 해 주셨지만 이제는 떠날때가 온 것 같습니다. 떠나는 시점에 송별회에서도 많은 분이 참여해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새롭게, 또 재미나게 엉망으로 살아보겠습니다
정말 좋은 동료들과 일하고 배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어디서든 여러분들과 일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겠습니다.
나중에 누군가가 저에게 하이퍼리즘 어땠냐고 하면 망설임 없이 정말 좋은 회사였다고 말할 것 입니다.
하이퍼리즘, 항상 화이팅입니다.
그동안의 명함들을 남기고 저는 사라져보겠습니다 (*사진 변경 예정, 브로커리지 빼는게 좋을듯, 피플팀 넣을 예정)